관세합의 물꼬 'MASGA'…미 군사팽창주의 도구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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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8-04 10:29 조회5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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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합의 물꼬 'MASGA'…미 군사팽창주의 도구될라
- 이길주 시민기자
- 승인 2025.08.01 12:10
미 해군력 키운 루스벨트가 트럼프의 롤모델
해양력 의지한 미국의 '큰 몽둥이' 경계해야
한국의 기술이 미국 해양 패권 도구 안 돼야
대중국 봉쇄 위한 해양 동맹으로 비칠 우려

미국과 한국이 관세에 합의했다. 골자는 한국 상품에 미국이 예상보다 낮은 15%의 관세를 적용하는 대신, 한국은 반대급부로 350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소위 'MASGA(Make American Shipping Great Again)'라 불리는 양국 간의 조선업 협력 부분에 투자한다. 한국 정부는 이 MASGA 투자액이 이번 합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문건에 'MASGA'는 등장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지어준 이름이다. 짝사랑하는 이가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붙여준 애칭 같다. 제대로 작명했다면 'MAKSG(Make American-Korean Shipping Great)'라 해야 했다. 한국 자본으로 하는 일인데 왜 '한국(Korean)'이 빠졌다.
2025년 4월 9일 트럼프는 미국의 해양 사업의 부흥을 위한 대통령 '행정명령 (executive order)'을 발표했다.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이다. 'Dominance'는 압도와 군림의 뜻도 있다. 트럼프의 해양력 비전은 더 많은 화물선 선단을 구축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다. 제목부터 도전적이고 내용은 공격적이다. 다음은 그 목적이다.
"미국의 상업용 조선 역량과 해운 인력은 수십 년간 정부의 방치로 약화됐다. 이로 인해 한때 탄탄했던 산업 기반이 쇠퇴하는 동시에 적대국에 힘을 실어주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동맹국과 전략적 경쟁국 모두 비용 면에서 미국보다 소액으로 선박을 생산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상업용 선박의 1% 미만을 건조하는 반면, 중화인민공화국(PRC)은 약 절반을 생산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며 지속적인 연방 자금 지원 확보, 미국 국적 선박 및 건조 선박의 국제 무역 경쟁력 강화, 미국의 해양 제조 역량(해양 산업 기반) 재건, 관련 인력의 채용, 교육 및 유지 확대 및 강화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중국이 경쟁과 주시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러면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의 정책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국내 해운 산업과 노동력을 활성화하고 재건하는 것이다." 물론 이 문건에 'MASGA'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행정명령에 담긴 트럼프의 비전은 19세기 말 미국을 해양 대국으로 만든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해양력(maritime power)과 해군력(naval power)은 별개가 아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은 일찍 영국을 무릎 꿇게 하는 전략으로 싸웠다. 런던을 공중 폭격하고, 대서양에서는 잠수함으로 영국을 고립시키려 했다. 둘 다 실패했다. 영국인들은 특유의 강한 정신력으로 버텼지만, 그 의지를 가능케 한 요소는 미국으로부터의 물자 유입이었다. 영국과 미국의 해양력이 곧 군사력이었다. "Shipping is Surviving" 해양 운송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길인 것을 증명해 보였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두 명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내치와 외치에 각각 한 명씩이다. 내정에서는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Andrew Jackson, 재임 1830~1838), 외교와 군사에서는 제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재임 1901~1909)이다. 잭슨은 원주민을 몰아내 백인들이 정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루스벨트는 해군력을 이용해 미국을 대양 세력으로 키웠다.

루스벨트의 광대한 해양 비전은 해군 제독이며 전쟁 사학자인 알프레드 세이어 머핸(Alfred Thayer Mahan, 1840~1914)의 영향을 받았다. 머핸은 과거 세계를 지배한 나라들은 모두 강한 해군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군은 국부와 직결되어 있다. 자국의 해상 교역을 보호하고, 적국의 교역을 위협할 수 있는 해군이 있으면 전쟁에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육군이 국부를 지출하는 힘이라면, 해군은 국부를 구축할 수 있는 무력이다. 가벼운 표현으로 해상력과 해군력은 약탈이나 점령 없이도 장기적으로 돈벌이가 된다.
이를 위해 머핸은 세 요소를 강조했다. 트럼프의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전략 안에 이 요소들이 녹아있다. 1. 해양 능력 2. 전함 위주의 해군 3. 해군기지 네트워크 등이다. 해양 능력은 해상 교역로를 통해 자국의 상품을 세계의 시장으로, 또, 세계의 자원을 미국으로 운반할 수 있는 힘이다. 해군은 경쟁국 또는 적국의 해상 무역을 견제, 위협, 파괴할 수 있다. 해군기지 네트워크는 영향권이 세계적으로 확장된 해군에 연료와 보급품을 공급하고, 미국과 세계 시장 간의 통신 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해양력과 해군력은 지상군과 성격이 다르다. 육군은 많은 병력이 전진해 나가 성을 겹겹이 둘러싸야 공포심이 조성되고 성안이 흔들린다. 해군은 바다 위로 전함이 지나만 가도 힘이 투영된다. 육군은 도시를 하나하나 점령하면서 적을 무릎꿇게 하지만, 해군은 필수 공급망을 봉쇄해 나라의 숨통을 막을 수 있다. 육군이 소비 군대라면, 해군은 생산 군대이다. 생산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19세기 말 미국에 해양력과 해군력은 필수였다. 루스벨트가 머핸 논리에 매료됐다. 트럼프도 마찬가지이다.

루스벨트는 1897년터 1898년까지 윌리엄 매킨리 정부의 해군 차관보(Assistant Secretary of the Navy)를 지냈다. 미국-스페인 전쟁 (the Spanish American War)이 임박해 왔음을 알았던 그는 미국이 선전 포고를 하기 2개월 전인 1898년 2월 25일 홍콩에 정박해 있던 미국 함대에 극비 명령을 전달했다. 스페인과의 전쟁이 시작되면, 스페인의 식민지 필리핀의 마닐라로 진격해 해전을 벌이라는 지침이었다.

스페인 해군은 마닐라 해전에서 거의 전멸하고, 스페인은 항복을 선언했다. 그 후 필리핀은 1946년까지 미국의 식민지였다. 이 전쟁으로 미국은 스페인으로부터 괌을 얻었고, 1898년에는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던 하와이를 공식 합병했다.
태평양과 카리브해에서 패권을 형성한 미국은 상징적인 세 과시가 필요했다. 스페인과의 전쟁 후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군함 16척으로 '대백색 함대(Great White Fleet)'를 구성해 1907년 12월부터 1909년 2월까지 세계 일주 항해를 시켰다. 미국은 영국에 버금가는 대양 세력이라 외치면서, 더 큰 해양력과 해군력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루스벨트가 추진했던 일방 외교, 무력 과시, 전쟁 불사 정책으로 귀환하려는 트럼프에게 지금 강한 해양력과 해군력이 필요하다. 그는 이를 위해 관세 압력으로 불안감을 조성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정책에 이름까지 지어주며 미국의 조선업 육성 정책을 파고들었다.
60년 전에도 다르지 않았다. 1965년 미국은 베트남에서 위기의식을 느꼈다. 미국의 지원으로 강해진 남베트남이 민족해방전선과의 게릴라 전쟁에서 승리해 미국의 위상을 높여 줄 것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였다.
이때 한국이 베트남에 참전했다. 미국은 3개 요소로 압력을 가했었다. 한국 군대의 감군, 주한 미군 조정 및 이동 가능성, 과거와 다른 프로젝트별 차관 중심의 경제 원조. 이 정책 검토는 한국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고, 박정희의 베트남 파병 결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군 32만 명이 8년 세월 동안 베트남 전쟁을 경험해야 했다.
다음은 강한 해양력과 해군력의 필요성과 평상시에 이 능력을 육성해야 함을 강조하는 발언들이다.
"(완벽하게 효율적인 해군을) 유지하기를 거부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재앙이 확실해질 것이다."
"The refusal to maintain (thoroughly efficient navy) would invite trouble, and if trouble came would insure disaster."
"강한 해군은 전쟁을 도발하지 않는다. 평화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A good navy is not a provocative of war. It is the surest guaranty of peace.
"전쟁이 시작되면 함정도 군인도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없다."
"Neither ships nor men can be improvised when war has begun."
트럼프가 한 말이 아니다. 1902년 12월 2일 트럼프가 존경하는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미국은 해양·해군력을 키워야 한다고 외친 발언이다. 역사는 되풀이됨을 말해주는데, 지금 그 한 가운데 한국이 있다. 'MASGA' 플래카드와 1500억 달러를 들고 있다. 앞으로 무슨 요구가 있을지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반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