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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나토 회의 참석 여부, 누가 ‘여론몰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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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6-16 09:14 조회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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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나토 회의 참석 여부, 누가 ‘여론몰이’ 하나


  •  김진호 에디터
  •  
  •  승인 2025.06.15 17:33
 

자주-동맹파 프레임까지 소환, 소모적 논란 부채질

일부 언론, 구성도 안 된 외교안보팀 갈등 한껏 부각

캐나다 G7 1주일 뒤…정권 초 빡빡한 일정은 사실

'미국 대 유럽' 갈등 속 트럼프가 첫 참석하는 회의

정부 애매한 설명 혼란 키워, 속히 입장 정리해야

"(네덜란드 나토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좋지 않겠나.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갈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12일 기자들에게 전한 말이다. 결국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대국민 메시지는 모호성이 적을 수록 좋다. 15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한 이재명 대통령의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관련 브리핑에서도 나토 회의 언급은 없었다.

 

2025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의장국인 네덜란드 정부의 관련 누리집. 2025.6.15. 시민언론 민들레
2025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의장국인 네덜란드 정부의 관련 누리집. 2025.6.15. 시민언론 민들레

나토 초청 의사 밝힌지 열흘, 난무하는 설

그사이 여론의 한 귀퉁이에선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금세기 초 '자주파 대 동맹파' 갈등 구도라는 흘러간 레코드판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나토 정상회의 참석/불참론이 만개하고 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양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익명에 숨어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제대로 구성조차 안 된 정부가 벌써부터 분열됐다는 틀짜기도 포착된다. 누군가 국민을 상대로 '외교'를 하고 있다는 의심도 든다. 상서롭지 못한 흐름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초청 의사를 밝힌 건 지난 4일. 브뤼셀 기자회견 도중 이번 회의에 인도·태평양 4개국(IP4,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초청할 거냐는 연합뉴스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발표되겠지만, IP4 국가들의 나토 회의 참석은 전통"이라며 기정사실로 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새 대통령과 협력하는 것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G7과 나토 정상회의는 성격이 판이하다. 두 정상회의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취임 후 처음 참석한다. 나토는 방위동맹이다. 전쟁을 수행하거나 대비하는 통합전투사령부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는 국방비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캐나다의 입장이 갈린 상태에서 열린다. 통상 정상회의 전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로마에서 열린 '바이마르 플러스(+) 포맷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 07. 12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 07. 12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뤼터가 밝힌 이번 회의 3대 핵심의제는 △국방비 인상 △방위산업 생산력 제고 △우크라이나 지원이다. 방위산업 재건은 유럽도 관심을 두는 분야.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 국방비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5%로 제시했다. 지난 5일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열린 국방장관회의에서 핵심 방위비 3.5%에 사이버안보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는 '국방 인프라 및 회복력' 1.5%를 더한 GDP 5% 목표를 설정, 이번 정상회의에서 결의할 예정이다.

유럽 외교장관들이 따로 만난 까닭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에도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토는 국방비 GDP 2% 목표를 2014년 웨일스 정상회의에서 설정했지만, 여전히 캐나다(1.37%), 벨기에(1.30%), 스페인(1.28%) 등 10개국이 2% 문턱을 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전은 미국과 유럽+캐나다 간 첨예한 충돌 지점이다. 이를 상징하는 게 '바이마르+ 포맷' 회의체다. 지난 70여 년간 나토를 이끌어 왔던 미국을 제외한 회의다. 1991년 동유럽 블록 붕괴 뒤 통합을 주도하기 위해 결성된 프랑스, 독일, 폴란드의 '바이마르 3국'에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포함했다. '바이마르+'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전 종식 논의를 하면서 유럽과 우크라의 목소리를 배제하자 2월 12일 파리에서 첫 회의를 했다. 미국이 나토와 거리두기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

"IP4의 나토 회의 참석은 전통"이라는 뤼터의 말은 맞지 않다. 나토는 2022년 채택한 '신 전략개념'에서 중국을 위협으로 처음 명시한 뒤 그해 마드리드 정상회의부터 3년 연속 IP4국 정상을 초청했다. 12.3 내란 수괴 피의자도 개근했다. 우크라전 이후 새로운 관행일 뿐이다. 2022년엔 필리핀, 태국, 대만 정상도 초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중요한 건 트럼프 2기 출범 뒤 국제질서가 근본적인 전환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전의 책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에 두고, 조속한 종전을 서두르고 있다. 되레 미·러 관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전히 '바이든 시대'로 착각한 명분론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이유로 들지만, 트럼프는 바이든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물론 모든 추상적 가치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를 양대 기둥으로 새로운 전략 구조를 짓고 있다. 아직도 바이든 시대로 착각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격이다.

습관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경향도 감지된다. 그러나 트럼프가 한국의 불참을 눈여겨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한국의 입장은 바뀐 적이 없다. 러중은 이를 전제로 수교 이후 30여 년 동안 한국과 관계를 맺어왔다. 대한민국은 미국에 대한 '전략적 비자율성'만으로 버겁다.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까지 보자는 말은 멀리하고 싶다. 글로벌 패권국, 미국의 눈치를 보는 건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주로 외교관료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국제회의 참석을 통해 '존재이유'를 찾으려 한다는 의심도 접했다. 막 취임한 대통령에게 많은 외교 일정을 만들어 정신없게 만드는 게 외교관료들의 오랜 술책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근거없이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만만하게 보는 시각이 담겨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2025.6.15. 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2025.6.15. 연합뉴스

나토 회의 참석은 찬반론자 간의 논란을 떠나 단순히 비용/편익 관점에서 접근할 사안이라고 본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도 안 됐다. 외교, 국방장관을 포함해 기본적인 인선도 완성하지 못했다. 1주일 상관으로 캐나다(15~17일)와 네덜란드(24~25일) 출장으로 서울을 비우는 건 갓 출범한 정부가 치러야 할 상당한 비용이다. 얻을 편익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G7은 나토에서도 주요국이다. 정상들의 얼굴을 새삼 익힐 필요도 적다. 나토 정상만 32명이라 긴밀한 협의 기회도 많지 않다. 반면에 위험요소는 곳곳에 있다.

먼저 우크라 지원 문제. 트럼프가 요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유럽 국가 정상들이 요구할 공산이 크다. 다행히 이 대목은 위성락 안보실장이 15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약속했거나 진행 중인 지원은 지속하지만, 새로운 지원을 구상하는 것은 아직 없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나토에서 논의될 주요 사안에 대한 우리 입장은 아직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나토 동진, 유엔사 확대 관련 입장 미완성 

'동아시아판 나토' 결성을 신념으로 갖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는 나토-동아시아 통합안보를 주창할 호기다. 우리에겐 자칫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미국이 형태만 남았던 유엔사에 지난해 독일을 신규 가입시키는 등 한미 연합사(CFC) 위에 유엔사 역활을 확대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의 유엔사 가입 의사를 비공개로 밝혔다는 말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가 거부한 사안이다. 유사시 당사국(host country)인 한국이 전력 제공국(sending countries)이 되는 격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년 간 내란 수괴 피의자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난해온 이유의 하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육군 골든 나이츠(Golden Knights) 대원이 건네준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9번째 생일을 맞아 오랫동안 꿈꿔왔던 군사 퍼레이드를 즐겼고, 전국 곳곳에서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면서 그를 독재자로 몰아붙였다. 2025.6.14.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육군 골든 나이츠(Golden Knights) 대원이 건네준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9번째 생일을 맞아 오랫동안 꿈꿔왔던 군사 퍼레이드를 즐겼고, 전국 곳곳에서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면서 그를 독재자로 몰아붙였다. 2025.6.14. AFP 연합뉴스

한미 연합사(CFC)는 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이라도 맡지만, 유엔사는 사령관(미국), 부사령관이 모두 외국군 장성이다. 국군이 이중, 삼중으로 외국 군 장성의 지휘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입장정리가 선행돼야 할 사안이다. "한미동맹, 한일관계, 한미일 협력을 대외관계 기조로 한다"는 기본 입장만 서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도 척지고 살지 않겠다"는 원칙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비용/편익 면에서 보면 참석하지 않는 게 나아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참석해야 할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면 될 일이다. 주요 사안에 대한 기본 입장과 함께 현장 위기관리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외교안보 참모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도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정부 출범 초 여당 또는 정부 내 의견이 분분한 것처럼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비정상적인 논란에 가르마를 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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