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북한 최초의 5000t급 “새세대 다목적 공격형 구축함 제1호”(최현함) 진수식에 참석해 “해군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한 뒤 “두번째 신호탄은 핵동력 잠수함 건조 사업”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총비서는 새 구축함 진수식에서 한 연설을 통해 “지금 국가의 안전 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26일 노동신문이 1~5면에 펼쳐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유사시 적 해외무력의 조선반도 무력 증강 기도를 구속·차단하는 데 제일 믿음직한 수단은 원양작전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라며 “원양작전 함대를 이제는 우리가 건설하자”라고 말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해군이 강해야만 평안과 발전이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강한 해군’이 안보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필수 전제라는 인식이다. 그는 “우리 국가의 방위노선과 정책은 철저히 국가주권과 영토완정, 안전이익의 수호를 사명으로 하지만, 부득이한 필요 상황이 도래한다면 가장 강력한 군사적 힘의 선제적 적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가장 신빙성 있는 전쟁억제력의 수준”은 ”초강력 선제공격력”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 “동서 양면의 바다는 인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터전”이라며 “저 신형구축함에는 평화와 번영에 대한 인민들의 염원이 무겁게 실렸다”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처음 공개된 구축함이 “대공, 대함, 대잠, 대탄도 미사일 능력”과 “초음속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 등을 갖춰 “핵전쟁억제력의 한 구성부분으로서 핵사용영역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새 구축함이 핵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신문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 구축함엔 (탄도미사일 등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대가 다수 설치됐다. 국방부가 펴낸 ‘2022년 국방백서’를 보면 최현함 이전 북쪽의 최대 규모 군함은 압록급 호위함(1500t급)인데, 수직발사대는 없다. 발표대로라면, 기존 군함에 비해 새 구축함의 규모와 무장장비가 압도적이다. 김 총비서가 “우리 해군 무력을 현대화하는 데서 돌파구”라고 자찬한 배경이다.
김 총비서는 새 구축함을 ‘최현호’라 작명했다. ‘최현’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동료로 지금의 국방상에 해당하는 민족보위상·인민무력부장을 지냈으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아버지다. 김 총비서는 “새로 건조되는 신형구축함들도 김책, 안길, 강건 동지들과 같은 항일혁명투사들의 성함으로 불리워지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현함 진수식이 이뤄진 4월25일은 김일성 주석이 ‘조선인민혁명군’이라는 항일 빨치산 부대를 처음 조직해 일제에 무력으로 맞섰다는 북쪽의 주장에 따른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3돌 기념일’이다.

김 총비서는 ”(새 구축함에 이어)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더 큰 순양함과 각이한 호위함들도 건조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함선들을 연안방어수역과 중간계선해역에서 평시작전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비서가 입에 올린 ‘중간계선해역’은 북쪽이 지금껏 공개적으로 언급한 선례가 없는 새로운 표현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은 국가 간 12해리 영해가 겹칠 때 그 중간에 긋는 선을 중간계선해역이라고 한다. 김 총비서가 2023년 12월 이후 ‘북남 관계는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며 새로운 국경선에 대해 언급해온 터라, 이와 관련이 있는 표현인지 주목된다. 다만 김 총비서가 ‘중간계선해역’과 관련해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아 그 구체적 함의를 가늠하기 이르다. 더구나 김 총비서가 “내년 초에 신형 구축함(최현함)을 인도받아 운용하게 될 조선인민군 해군 동해함대에 축하를 드린다”고 밝힌 데 비춰, 이 문제적 ‘중간계선해역’이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해상경계선 갈등과 직결되지 않은 표현일 가능성도 있다.
김 총비서는 최현함에 딸 김주애양과 함께 올랐다. 김 총비서는 최현함을 건조한 남포조선소를 앞서 2024년 2월 방문해 “해군 무력 강화가 제일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고, 지난 3월20일에 남포조선소를 다시 찾아 “선박공업의 현대화가 주체적 해군무력 강화를 위한 선결적이고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북쪽의 최현함 진수식과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함정 건조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었다”며 “북한이 자체 건조한 가장 큰 함정이지만 운용 방법 등을 숙달하고 훈련도 해야 하므로 전력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