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하기 위해 파리 외교부 청사에 도착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쟁 당사자가 갈등을 끝내기 위한 구체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중재자 역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 같은 루비오 장관의 메시지를 대신 전하며 “이제 두 당사자가 이 갈등을 끝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대변인은 “이제 어떻게 진행할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진전이 없다면, 우리는 이 과정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의 이번 입장 발표로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중재 중단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만일 양측 중 한쪽이 전쟁의 종식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미국은 중재 노력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처음으로 중재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루비오 장관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27일 “이번 주는 우리가 이 노력을 계속할지 아니면 다른 문제에 집중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주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안 제출 마감일까지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며 휴전 중재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 2개월이 지난 현시점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의는 지지부진하다.
양 측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휴전 기간과 영유권이다.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30일간의 휴전을 재차 제안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을 전후해 다음 달 8일부터 사흘간 휴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 측에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를 양보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안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 협상을 재촉하기 위해 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양측의 갈등은 더 악화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외교에 나서도록 가장 강하게 유도할 수 있는 약점들을 찾고 있다”며 대러 추가 제재와 관련해 미국과 논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완전한 종전을 위해서는 러시아가 먼저 조건 없는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