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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당규약 개정, 남북대화에 긍정적 영향 줄 것"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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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6-07 10:03 조회1,4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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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당규약 개정, 남북대화에 긍정적 영향 줄 것"

  •  유영구
  •  
  •  승인 2021.06.03 12:34
 

[기고] 제8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유영구

유영구 /  전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저자

 

북한은 지난 1월 9일,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 5일회의에서 당 규약 개정을 결정했다. 그러나 개정된 당 규약은 공개되지 않았고, 최근 [한겨레] 단독보도 이후 확인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지난 1월 9일,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 5일회의에서 당 규약 개정을 결정했다. 그러나 개정된 당 규약은 공개되지 않았고, 최근 [한겨레] 단독보도 이후 확인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의 5일째 회의가 진행 중이던 1월 9일 결정서 《조선로동당 규약개정에 대하여》를 채택했다. 이 결정서는 1월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는데 개정 당규약(이하 제8차 당규약)의 전문(全文)은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당규약(이하 제7차 당규약)과 마찬가지로 공개되지 않았다.

제8차 당규약이 최근 국내에 입수된 가운데 몇 대목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로동당규약은 당의 지도사상, 노선과 정책을 기본으로 하여 앞뒤 문맥을 잘 살펴보고 세밀히 분석하지 않으면 해석상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필자의 생각을 몇 가지 밝혀보고자 한다.

서문, 김일성-김정일주의 부각

첫째, 제8차 당규약 서문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에 관한 규정이 삭제되고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부각된 점이다. 조선로동당은 이념정당이고 지도사상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이기 때문에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부각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문의 첫 네 문장은 당규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①“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당이다.” ②“김일성-김정일주의는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전일적으로 체계화된 혁명과 건설의 백과전서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투쟁 속에서 그 진리성과 생활력이 검증된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사상이다.”(지도사상)

③“조선로동당은 위대한 수령들을 영원히 높이 모시고 수반을 중심으로 하여 조직사상적으로 공고하게 결합된 로동계급과 근로인민대중의 핵심부대, 전위부대이다.”(당의 정치적 기반. 수령은 김일성․김정일, 수반은 김정은 지칭) ④“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하는 주체형의 혁명적 당이다.”(당의 성격)

제7차 당규약 서문에는 제8차 당규약 서문의 ①과 ③ 사이에 ‘당의 창건자’‘영원한 수령’인 김일성 주석, ‘당의 상징’‘영원한 수반’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의 강화 발전과 주체혁명의 최후승리’를 이끄는 ‘영도자’ 김정은 당위원장의 업적에 관한 긴 문장들이 이어져 있었다.

이 업적 서술을 제8차 당규약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승계’와 업적을 당규약에서 상세히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당 안팎과 국내외에서 충분한 ‘인증’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7차 당대회와 제8차 당대회 사이의 5년 간 일어난 일에 대한 당중앙의 총화(결산)의 측면이다. 이 기간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와 확대회의,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와 확대회의 등이 빈번히 열렸고(거의 정례적이라 할 만큼), 그 내용의 일부가 공개되는 등 당의 제도적 운영이 자리를 잡았다.

당의 제도적 운영이 안정화된 여건에서 ‘수령들’의 업적을 내세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된다. 당의 운영에서 볼 때 ‘오늘의 현안’이 중요하고 당의 지도사상(김일성-김정일주의)과 노선이 더욱 중요해진다. 제8차 당규약 서문에서 ②문장을 제외한 각 문장의 ‘주어’를 조선로동당으로 한 것은 ‘제도화된 당’을 중시한다는 방증이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 수행’ 삭제

둘째, 제8차 당규약 서문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 수행’을 삭제하고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 실현‘으로 변경한 점이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북 주도의 혁명통일론의 폐기‘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과 관련해 짚어 봐야 할 점이 있다. 일단 이 부분의 전체 문맥을 보자.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①공화국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며 ②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데 있으며 ③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번호 표시는 필자)

①에 대해 제7차 당규약에서는 “공화국북반부에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며”라고 되어 있었다. ‘사회주의강성국가’라는 표현을 버리고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라는 표현을 채택한 것이다. ‘강성국가’를 삭제하고 ’실천 가능한‘ 사회주의사회를 만들겠다는 미묘한 변화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진다.

②에서 ‘전국적 범위에서’는 남북한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전국적 범위에서’가 과거에는 ‘국토완정론’의 입장에서 언급됐던 것이지만 지금은 ‘시대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남북한은 두 개의 사상과 제도를 지닌 민주공화국이 ‘정치적 실체’로서 존재하고(대한민국은 자유주의 민주공화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 민주공화국), 두 국가에 의거해 점진적 평화통일(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의 공통성에 기초한 통일 노력=6.15남북공동선언)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남한의 연합제 안을 둘러싸고 ‘남북연합’과 ‘국가연합’의 논의가 남아 있지만, 남한에서 국가연합을 계속 주장할 경우 북한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에서 그 접점을 찾으려고 할 수 있다.

②에 대해 제7차 당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라고 되어 있던 것이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데 있으며”로 바뀌었다.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의 시정방침의 둘째 항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은 나라의 전 지역과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민주주의를 실시하며 민족의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제안이 나올 때 북한은 ‘무력통일’ 노선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당규약에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 또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남겨놓음에 따라 남한에서 북측의 의도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국가보안법은 도대체 왜 폐기를 안 합니까? 우리도 남쪽에서 제기하는 옛날 당 규약과 강령을 새 당대회에서 개정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기 법률적․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이런 합의를 감안하면 북한의 제8차 당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을 삭제한 것은 앞으로 남북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일찍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남쪽 사회에서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 또는 ‘신식민지’를 둘러싼 사회구성체 논란을 남겼다. 남한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된 상황에서는, 한미동맹으로 인한 정치군사적 종속상황이 남아 있다고 해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시대는 아니라는 인식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 실현’으로 변경함으로써 ‘혁명’을 제거했다. 제8차 당규약은 남한에서의 ‘혁명’을 언급하지는 않으면서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여전히 남겨 놓고 있다. 자주에는 ‘반미(반제)자주’가, 민주주의에는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더 나은 민주주의’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제7차 당규약 서문에서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군국주의의 재침책동을 짓부시며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남조선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성원하며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제8차 당규약에서는 아래와 같이 바뀌었다.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와 ⓐ는 표현 차이는 있으나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다. ㉯와 ⓒ에서는 ‘미국의 지배’를 분리했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가 새로 추가됐다(‘경제적 지배’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시대변화에 따른 것이다). ㉰‘일본군국주의의 재침책동’은 북한의 첨단 전략무기 개발에 따라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변화를 감안해 제8차 당규약에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가 삭제된 것은 북한이 남한 내부의 정치투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남북한이 줄곧 합의해온 ‘내정불간섭’의 원칙). 새로 들어간 ⓓ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기 위해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겠다는 것은 최첨단 전략무기의 개발능력과 그 향상에 자신감을 보인 것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8차 당대회 이전과 이후(엄밀히 말하면 《화성》계열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북극성》계열의 지상․수중발사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 이후)의 근본적인 차이를 감안해 이 대목을 추가한 것이다. 핵무력 완성과 전략무기 개발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계속 강조해온 것을 당규약에 반영한 것이다.

㉲와 ⓔ의 차이는 제8차 당규약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앞당기고”라고 함으로써 평화통일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와 ⓕ의 차이는 ‘민족의 공동번영’이라는 남북한의 ‘합의적 표현’으로 바꾸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 바탕에서는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 당연히 내재되어 있다. 이상의 전체를 관찰해야 제8차 당규약 서문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제7차 당규약의 당원의 의무에서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적극 투쟁해야 한다”는 대목이 제8차 당규약에서 삭제됐다고 주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당원의 의무에서 삭제됐지만 사실상 위의 ⓔ에 반영됐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짐작컨대 조국통일 주제가 당원들의 일상적인 의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자리로 이동 배치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③과 관련하여 제7차 당규약 서문에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고 되어 있었다. 제8차 당규약 서문에서는 “인민의 이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자주성 실현’에서 ‘공산주의사회 건설’로 바뀐 것은 심대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지난 4월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0차 대회 등의 정치행사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언급이 잦았다. 이를 감안하면 김정은 당 총비서를 위시한 당중앙위원회 위원․후보위원들은 ‘공산주의사회 건설’의 꿈(최종목적)을 포기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심히 살펴보면 제8차 당규약 서문에 “사회주의완전승리를 앞당기기 위하여 투쟁한다”가 새로 추가됐음을 알 수 있다. 사회주의 발전단계론과 관련하여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선군정치와 병진노선 사라져

셋째, 제8차 당규약 서문에서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을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로 규정함에 따라 ‘선군정치’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에 연동하여 ‘자주, 선군, 사회주의의 노선과 원칙’은 ‘노동계급적 원칙, 사회주의적 원칙’으로 바뀌었다. 김 총비서의 집권 초기의 정치노선이었던 ‘자주․선군․사회주의의 노선’은 10년이 안 되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넷째, 제8차 당규약 서문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이 삭제되고 ‘자력갱생의 기치 밑에 경제건설을 다그치고’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2013년 3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이 채택된 이래 2018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병진노선의 삭제는 당연한 일이었다.

2019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정비전략․보강전략과 정리정돈․재편성이 채택된 것을 반영하여 제8차 당규약 서문에서 ‘자력갱생의 기치 밑에 경제건설을 다그치고’라는 표현으로 변경한 것이다.

병진노선을 삭제한데 따라 국가방위력과 관련해서도 변화가 있었다. “공화국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하고 자립적 국방공업을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끊임없이 다져나간다”는 문장을 당규약 서문에 첨입했다. 제7차 당규약의 ‘혁명무력’을 제8차 당규약에서 ‘공화국무력’으로 수정할 정도로 당규약 개정은 과거에 비해 국가를 중시한다. 이것은 ‘공화국’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한편, ‘혁명무력’이 ‘무력혁명’을 연상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섯째, 제7차 당규약 서문에 “전 조선의 애국적 민주역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한다”고 되어 있던 것에서 제8차 당규약 서문에서는 이에 더하여 해외동포의 권리․이익 보장과 그들의 역할을 강조한 점이다. 해외동포들이 “조국의 통일발전과 융성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 그 표현이다. 융성번영은 ‘민족의 공동번영’과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에 해외동포들이 기여해야 한다는 담론으로 읽힌다.

제1비서 신설, 아직 공석인 듯

여섯째, 당의 중앙조직에서 다섯 가지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1) 당대회에서 “조선로동당 위원장을 추대한다”(제23조 4)에서 “조선로동당 총비서를 선거한다”(제23조 5)로 바꾸었다. ‘추대’를 ‘선거’로 바꾼 것이 실제로는 차이가 없겠지만(‘만장일치에 의한 찬성 선거’일 것이기 때문), 당규약에서 이처럼 바꾼 것은 조선로동당이 민주집중제에 의한 민주주의적 절차를 수행한다는 것을 내외에 보여주려는 면이 있다.

당 위원장을 ‘최고영도자’로 규정하던 것(제7차 당규약 제24조)에서 당 총비서를 ‘당의 수반’으로 전환한 것(제8차 당규약 제24조)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당 위원장은 “당을 대표하며 전당을 영도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당 총비서는 “당을 대표하며 전당을 조직영도한다”고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도’와 ‘조직영도’의 차이는 가볍지 않을 수 있다.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2)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중요한 사업으로서 제7차 당규약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선거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 선거 △정무국 조직 △당중앙군사위원회 조직 △당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 선거 등을 들고 있다(제26조). 이에 비해 제8차 당규약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선거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 비서들 선거 △비서국 조직 △당중앙군사위원회 선거 △당중앙검사위원회 선거 등이었다(제26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거․조직하는 대상 가운데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비서로, 정무국이 비서국으로, 당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가 당중앙검사위원회로 각각 변경되었다. 그런데 비서들 외에 ‘제1비서’를 선거한다는 새 규정이 있었고 제1비서는 “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라는 규정이 붙어 있었다(제8차 당규약 제26조).

제8차 당대회 기간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1월 10일)에서 선거된 인원들(발표)에는 분명 ‘제1비서’가 없었다. 이것으로 보면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이후의 어느 전원회의에서 ‘제1비서’를 선거할 수 있을 것이다. 총비서는 ‘전당의 조직영도’ 권한을 갖고 있으니 ‘대리인’도 그러한 권한을 대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리인’ 규정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제1비서와 비서들, 비서국, 당중앙군사위원회, 당중앙검사위원회 등의 선거 및 조직에 관한 규정과 같은 조항(제26조)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제1비서는 김정일 총비서를 ‘영원한 총비서’로 모시고 김정은 자신은 제1비서로 낮추었던 때(2012년 4월~2016년 5월)와는 명백히 다르다. 그 당시에는 제1비서가 ‘최고영도자’였고 지금은 “당 수반인 총비서의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조용원 조직비서와 같은 최측근의 제1비서 임명 등에 관한 일각의 추측보도는 틀릴 수 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제1비서를 선거했을 것이고, 최근의 ‘공개방식’에 따라 공개됐을 것이다. 조용원은 조직비서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 직책의 성격상 업무가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

그를 김정은 총비서의 업무와 권한을 대리할 ‘대리인’으로 지명하려면 조직비서를 다른 인물로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당은 조용원 조직비서, 국가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 군은 리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이다. 이렇게 진용이 짜여져 국정을 운영하는 여건에서 총비서의 ‘대리인’인 제1비서를 선거하게 된다면 다른 인물을 생각하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북한의 역사를 돌아보자. 1974년 2월 김정일 조직비서가 ‘후계자’로 결정된 이후 당은 거의 전적으로 김 조직비서가 담당했고 김일성 총비서(국가주석)는 국가와 군대를 담당했다. 1975년 이후에는 김정일 조직비서가 군의 당조직(인민군당위원회와 그 집행기관인 총정치국)을 통해 군에 대한 통제력을 갖게 되었다.

그 당시는 김정일 조직비서가 김일성 총비서의 ‘후계자’로 추대된 상황이었다. 김 주석이 62세의 나이로 환갑을 넘겼고 김 주석과 김 조직비서는 30세의 연령 차이가 난다. 지금은 ‘후계자’를 운운할 시기가 아니고 ‘잠정적 후계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북한에는 ‘2인자’의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해가 필요하다. 제1비서가 누구든지 2인자가 되는 순간, 혹은 되려는 순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 따른 엄청난 비판과 공격에 직면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제1비서는 말 그대로 ‘총비서의 대리인’이고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 밑에 당․국가․군대의 각 책임자를 두고 있으면서도 새로 제1비서의 규정을 당규약에 신설한 것은 당․국가․군대의 전체 업무를 당 총비서와 ‘함께’, ‘대신하면서’ 수행할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중앙당에서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당․국가․군대의 국정 전반을 세밀하게 총괄하는 것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제1비서 제도를 생각해낸 것으로 추정된다. 제1비서를 신설하는 당규약 개정 과정에 중앙당의 조직지도부를 비롯해 여러 부서에서 의견을 제출하고 김정은 총비서를 최종적으로 이를 승인했을 것이다.

‘백두혈통’의 젊은 지도자 김여정 당 부부장 혹은 제3의 인물, 또는 조용원 조직비서 등을 적절한 시기에(앞으로 5년 안에, 혹은 그 다음 5년 안에) 제1비서로 선거할 수 있을 것이다. 제1비서가 ‘2인자’나 ‘후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1비서로 선거된 인물이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교체될 것이다. ‘제1비서 제도’의 기능이 예상처럼 효율적이거나 원활하지 못하면 다음 제9차 당규약에서 제1비서를 삭제할 수도 있다.

(3)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조직’에서 ‘선거’로 바뀌었는데 그 의미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비서들을 선거한 뒤에 비서국을 조직하는 것과 달리, 당중앙군사위원회는 선거하는 것으로만 규정되어 있다.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지위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중앙군사위원회에 대하여 제7차 당규약에서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군사분야에서 나서는 모든 사업을 당적으로 조직 지도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제8차 당규약에서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의 당의 최고군사지도기관이다”라고 표현했다. 당 총비서가 위원장인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지금까지도 실질적으로 ‘당의 최고군사지도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는데 굳이 이 표현을 당규약에 새로 포함시킨 데에는 필시 그럴만한 사유가 있음직하다.

군의 당조직과 관련하여 총정치국은 “인민군당위원회의 집행부서로서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사업한다”는 규정(제7차 당규약 제50조)에서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사업한다”는 부분이 제8차 당규약에서는 삭제됐다. 이것은 총정치국은 인민군당위원회의 ‘집행부서’라는 규정으로 충분하기 때문이고, 총정치국은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같다’고 하기 보다는 “도당위원회 기능을 수행”하는(제8차 당규약 제48조) 인민군당위원회의 ‘집행부서’이기 때문이다.

(4) 제8차 당규약 제26조에서 “당중앙위원회의 부서(비상설기구 포함)를 내오며 필요한 경우 당규약을 수정하고 집행하며 당대회에 제기하여 승인을 받는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당중앙위원회에 부서 설립에 따른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한다.

정치국 상무위원회 권한 강화

(5)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별개 조항(제27조)으로 독립될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시급히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며 당과 국가의 중요간부들을 임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군사적으로 시급히 제기되는 중대한 문제‘의 결정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또한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은 정치국회의를 사회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같은 조항에 포함됐다. <조선중앙통신>이 1월 10일 보도한 당 결정서에 따르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관한 새 조치는 “당수반의 혁명영도를 더욱 원만히 보좌하며 당 사업과 당 활동을 보다 민활하게 진행해나가기 위한 현실적 요구를 구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총비서를 제외한 4인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 즉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이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정치국회의를 사회할 수 있게 됐다. 정치국회의 사회는 지금까지 총비서의 고유권한이었다. 제도의 탄력적 운영과 당중앙위원회의 역동적인 활동을 예고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당대회 개최의 5년 정례화 등 기타 사항은 생략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제8차 당규약 서문과 조항들에서 이전 당규약과 달라진 점은 여러 차원의 분석을 필요로 한다. 특정 구절을 뽑아서 과잉 해석하다보면 전체 맥락에서 빗나갈 수 있다. 북한에서 당규약이 갖는 중요성과 정치적 비중을 고려해 신중히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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